조용히 오름을 걸었던 시간들이 어느새 한 해를 채우고
이제는 제주오름 마지막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어요.
오늘은 그동안 걸었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 깊이 오래도록 남은 네곳을 마지막으로 꺼내어봅니다.
🏔 겨울왕국을 걷다, 그리고 가을의 선물 — 한라산 백록담 & 사라오름
한라산은 제주를 품고 있는 산이고 백록담은 그 중심이자 심장 같은 공간이예요
한라산 등반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어서 등산을 결심하기까지에
긴 고민을 하고 결국 등반하기에 그나마 좀 쉽다는 겨울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차가운 바람과 하얗게 눈꽃이 핀 나뭇가지들의 풍경은
그야말로 현실 속 겨울왕국이었죠.
하얀 눈에 덮인 백록담은 또 다른 장엄함과 차분한 아름다움을 보여줬어요.
고요한 흰색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이 참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가을에 지인이 등반해 보내준 맑은 하늘 아래 드러난 백록담 영상을 보며
또 다른 계절의 백록담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등반 결심이 확고해졌었죠.
짙은 푸름과 분화구 안 물빛이 선명했던 그 풍경은 정말 황홀했습니다.
영상으로 감동인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더 감동이었을까요?
백록담 가을 영상은 마지막까지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안개가 거치면서 우리가 기대하고 기대하던 그것이 나타납니다.
한라산은 한번쯤은 꼭 등반해보시기를 진심 추천합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시간이 스스로에게 주는 큰 선물이 된답니다.
그리고 한라산을 오를 때에 “사라오름”은 꼭 들러야 해요.
사라오름은 등산로 중간쯤에 위치한 작은 오름인데
오름 정상에 작은 물웅덩이(습지)가 자리잡고 있는 작은 호수 같은 독특한 곳이에요.
맑은 날이면 잔잔한 수면에 하늘이 비치고, 주변 숲이 거울처럼 반영돼
정말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줘요.
백록담 까지 어려우시면 사라오름까지만이라고 꼭 가세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갔었는데 그때 그 기억 너무 좋게 남아 있어요.
마치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 사슴이 달릴 것 같은 마법의 공간— 대록산(큰사슴이오름)
“큰사슴이 오름” 이름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름인 것 같아요.
정말 이곳을 걷다 보면 등산로 한가운데서 사슴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요.
대록산은 다른 오름에 비해 비교적 넓은 능선을 품고 있어요.
완만한 경사의 초원이 펼쳐지면서 걷는 내내 마음이 열리고 발걸음이 가벼워졌어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들판이 바다처럼 일렁였고
그 너머로 보이는 북쪽 해안선이 풍경의 경계를 넓혀줬어요.
대록산은 잘 가꿔진 오름은 아니예요.
그 대신 조용히 머물게 하는 평화가 있어요.
걷다 보면 어느새 숲의 품 속에 조용히 나를 맡기게 되는 곳이었어요.
바람이 들판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사슴 대신
풀잎들이 물결치듯 흔들리는 모습이 참 평화로웠어요.
봄에 가면 유채꽃 풍경이 멋지다고 하는데 저는 가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다음 시즌에 꼭 들러봐야겠어요.
🌿 고요한 고생 끝에 만난 평야의 선물 — 동검은이오름
동검은이오름은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름이었어요.
.
등산로가 너무 가파르고 길이 좁고 험해서 많이 힘들고 무서웠어요
하필 또 혼자 갔거든요.
등산객 남자분 한분을 마주쳐서 좋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불안함도 있었어요.
적당하게 그분과 거리를 유지하며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도착했을 때,
탁 트인 평야 같은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웠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 들판, 저 멀리 이어지는 오름들의 행렬,
그리고 고요하게 흐르는 바람 소리
거기서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돗자리를 펼쳐 뒹굴뒹굴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어요.
특히 관광객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내가 제주 한가운데 온전히 혼자 있는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정말 세상과 단절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동검은이오름은 그렇게 힘든 길 끝에 만난
가장 순수하고 평화로운 공간이었어요.
여기는 여자 혼자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듯이 친구나 가족들과 가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주차는 "백약이오름 주차장"에 주차하시고 조금 걸어 들어가셔야 해요
🌿 다섯 개의 능선을 넘는 소박한 모험 — 좌보미오름
좌보미오름은 아주 독특한 오름이예요.
한 봉우리만 있는 다른 오름들과는 다르게
완만한 봉이 다섯 개가 이어져 있는 오름이었어요.
오르락내리락 부드럽게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로지르면 하나씩 산책하는 재미가 좋았어요.
앉아서 쉼을 갖기 보다는 다양한 길을 걸으면 에너지를 얻는
마치 알프스소녀 하이디의 느낌으로 경쾌한 발걸음이었던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좌보미 오름도 혼자 보다는 지인들과 함께 동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좌보미오름과 동검은이 오름은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서 보여드지 못하지만
그만큼 추천할 가치가 있는 오름이라서 소개드리니 시간되시면 꼭 한번 가보세요
🌿 마무리하며
이렇게 마지막으로 꺼내 본 네 곳의 오름을 끝으로
제주살이 동안 걸었던 오름 이야기들을 모두 마무리하려 합니다.
길고 짧았던 걸음들, 고요했던 풍경들,
그리고 걷는 동안 마음에 스며들었던 바람과 햇살들.
그 모든 순간이 모여서 제주살이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긴 여정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의 다른 오름에 대해서 궁금하시면 연락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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