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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곳의 공기

제주살이 1년, 내가 사랑한 오름 이야기 [Ep3] _ 작은 산을 오르며, 큰 위로를 만나다

by 생활DJ 2025. 4. 25.

번 편에서는 조금 더 숲속의 향기가 짙은

그리고 걷는 동안 마음이 깊어졌던 오름들을 소개할게요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물영아리오름

이름도 독특한 이 오름들은 제주의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해준 곳들이에요.
이번에도 천천히 걸었던 그 길 위의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볼게요.

 

🌾 바람과 풀잎이 길이 되어준 곳 — 백약이오름

백약이오름은 처음부터 나에게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온 오름이었어요

그 이름도 예쁘잖아요. '백 가지 약이 나는 오름'이라는 의미처럼

실제로 이곳에 다녀오면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백약이 오름은 주차장에서 오름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 참 매력있어요.

오르기전부터 마음이 편안해져요.

한적한 들판을 가로질러 걷는 동안에 부드럽게 솟아오른 백약이오름의 실루엣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이었어요.

그 풍경이 너무 예뻐서인지 많은 분들이 오름 입구에 가기도 전에

백약이오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특히 날씨 좋은 날에는 그 들판 위로 퍼지는 햇살과 오름의 곡선이

어우러져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백약이 오름 오르는길
출처 : 제주관광공사

 

오름 초입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은 잘 정돈된 길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오를 수 있어요.

백약이오름의 분화구는 다랑쉬오름의 작은 버전 같아요.

다랑쉬오름이 ‘오름의 여왕’이라면, 백약이는

그 여왕의 조용하고 따뜻한 동생이라고나 할까요.

분화구는 조용하고 낮은 곡선을 따라 펼쳐져 있고

백약이오름 분화구 둘레길
출처 : 제주관광공사

 

저는 항상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그 둘레길을 걸었어요.

그리고 거의 마지막 구간쯤에서 돗자리 펴고 커피한잔 마시면서

오랜시간 머물곤 했어요.

왜냐하면 그곳은 사람들은 그쪽 방면으로 많이 오지 않는 한적한 곳이거든요.

그 자리는 문석이오름, 손지오름, 동검은이오름을

좀더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명당이거든요.

백약이오름 분화구 둘레길
나만의 공간에서 바라본 하늘

 

백약이 오름은 소박하고 조용한 감동이 있는 오름이예요.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따뜻한 곳이죠.

 

🌲 원시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습지 — 물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은 이름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그런데 “신령스러운 산” 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곳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보호 생태구역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일반적인 오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물영아리오름 전경
출처 : 제주관광공사

 

물영아리오름에서 인상 깊었던 건

주차장에서 물영아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에요.

멀리 목장과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져요. 제주답게 바람은 부드럽고

풀냄새와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따라오죠.

물영라이 오름 입구
오름 입구

 

오름 입구에서 부터는 약 1,0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분화구에 도착할 수 있어요.

올라가는 길 계단 좌우로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서

그 꽃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그리고 드디어 마주하는 작은 분화구 속 습지

그 안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데크 계단이 잘 마련되어 있는데

발을 내딛는 순간 공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촉촉하고 조용한 공기, 풀잎 사이로 들리는 미세한 물소리, 그리고 고요함.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자연 안에 ‘들어와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물영아리오름은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진 오름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장소예요

출처 : 제주관광공사_분화구 습지

 

친구들이 왔을때는 함께 가보지 못했고

그래서 사진이 많이 없는게 지금은 너무 후회되네요.

혼자 다닐 때 사진을 잘 안찍는 편이라서요.

언젠가 다시 꼭 가서 그때의 공기와 풍경을 사진으로도 남겨보고 싶어요.

 

 

🌿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의 아름다움 — 아부오름

친구들이 제주에 놀러 왔는데 다른 관광으로 시간이 부족한경우에

저는 그들을 데리고 아부오름으로 데리고 갔어요

아부오름 입구
아부오름 입구

 

제주의 오름을 한번쯤은 꼭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할 때 오르기에 가장 좋은 오름이거든요.
왜냐하면 정상까지 단 5 분이면 도착하거든요

물론 가파르긴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정상에 올라

시원한 뷰를 마주할 수 있는 오름은 아부 오름 뿐이예요.

정상에 오르면 순간 ‘벌써 다 왔네?’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짜 매력은 그다음부터 시작돼요.

아부오름의 분화구는 굉장히 넓고 개방적이거든요.

마치 팔 벌려 나를 감싸주는 듯한 커다란 원형 공간이 펼쳐지죠.

둘레길은 꽤 길어서 천천히 걸으면 1시간 가까이 소요돼요.

하지만 그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아부오름 분화구 둘레길
아부오름 분화구 둘레길

 

여유 시간이 있을때는 산책을 하지만 없을때는

분화구가 잘보이는 곳에서 잠시 머물다 내려오죠.  

그 잠깐의 시간으로도 감동이 있거든요.

아부오름 정상

 

분화구 내부에 우뚝 솟은 삼나무 숲은 아부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이에요.

분화구 중앙에서 하늘로 곧게 뻗은 삼나무들은

주변 풍경과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요.

그 숲을 바라볼 때마다 묘하게 기운을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부오름은 노을이 예쁜 오름이기도 해요.

해질 무렵, 따뜻한 빛이 분화구 안을 붉게 물들이고

그 틈 사이로 비치는 삼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 때면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외롭지 않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어요.

아부오름 분화구 삼나무
아부오름 분화구 삼나무
아부오름 분화구 삼나무
아부오름 분화구 삼나무

 

이곳은 웨딩 사진 촬영지로도 꽤나 유명한곳 인가 보더라고요

갈 때마다 드레스 입은 커플들이 웨딩 촬영ㅇ르 하고 있었는데

그 풍경마저 이 오름을 하나의 특별한 무대로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어요.

자연이 배경이 되는 최고의 세트장이랄까요

아부오름 정상

오르는 데는 단 5분이지만,머무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어지는 오름

아부오름은 그렇게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곳이예요.

 

 

저희 오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다음편에 다른 분위기를 가진 오름들을 소개드릴게요.
조금 더 깊고 차분한 제주의 시간들을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럼, 오늘도 정보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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