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제주살이 중에 특히 자주 찾았던 오름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이어서 조금 더 깊은 여운을 남겼던 오름 세 곳을 더 소개해보려 해요.
다랑쉬오름, 영주산, 금오름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진 오름들이지만
하나같이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었던 고마운 장소들이에요.
그때의 바람, 풍경, 그리고 잠시 머물렀던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볼게요.
신비로운 분화구 앞,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다 _ 다랑쉬 오름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위엄 있는 자태를 지녔어요.
멀리서 보면 부드럽게 솟은 언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까이 가면 웅장함에 압도당하게 되는 오름이에요.
등산로에는 진달래와 철쭉등 꽃들도 많이 있어서
계절을 잘 맞춰가면 이쁜 꽃들도 마주할수 있어요.
저는 다랑쉬오름은 단연 분화구 풍경이라고 생각해요.
정상에서 마주한 분화구의 풍경은 완벽에 가까운 둥근 형태의 분화구로
분화구 내에는 작고 큰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요.
분화구 둘레길 제일 높은곳에 앉아서
분화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비로움 그 자체이고
빨려들어갈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정말 신비로운 분화구예요.
정상에서 보이는 제주 동쪽 해안선과 성산일출봉 풍경도 아름답지만
다랑쉬 오름에서는
시선을 분화구에만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그 풍경을 한 번이라도 마주해본 사람은
왜 이곳을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바로 옆, ‘아끈다랑쉬오름’도 추천드려요.
다랑쉬오름의 ‘새끼 오름’이라는 뜻을 가진 오름으로 작고 아담하지만
결코 만만한 오름이 아니에요
등산로가 따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해요..
정상에는 억새로 빼곡하게 채워진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황금빛 물결 사이에 서 있는 순간 만큼은 고생한 만큼의 보상이 느껴졌어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오름이라서
거친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끈다랑쉬오름도 함께 둘러보시길 추천드려요
혼자는 위험할수 있으니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가시는게 좋겠어요.
🌳 중턱에 머물다, 바람과 와인 한 잔의 평화 — 영주산
영주산은 표선 성읍에 위치 하고 있고
제주에서 “오름”이 아니라 “산”이라고 불리우는 몇 안되는 곳 중에 하나예요.
영주산은 주변이 개발되지 않아 자연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고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오름들과 달리 비교적 한적해서
평화로운 느낌을 만끽하실수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면 개인 사유지인 목장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평탄한길로 조금 들어서면 우측으로는 능선으로 왼쪽으로는 삼나무 숲길이 있어요
여러 번 가본 경험으로는 능선쪽으로 올라 삼나무숲으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 드려요.
올라갈 때는 능선과 하늘의 올려다 보는 풍경이 너무 평화스럽거든요
내려올 땐 쭉쭉 뻩은 삼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 자연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이 오름에서는 중턱 즈음의 풍경과 분위기를 가장 좋아했어요
시야가 열리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바람을 맞으며 멈춰서면
동쪽으로 펼쳐진 풍경이 정말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중턱에 앉아 캠핑 의자를 펴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몇 시간을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 고요한 풍경 속에서 조용한 바람과 빛의 움직임만 느끼는 시간이 참 위로가 되었어요.
누군가 조용한 캠핑의 느낌으로 쉬다가 올수있는 오름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영주산은 추천해요.
자연과 나 사이에 아무런 방해 없이
오롯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오름이니까요.
🌅 습지 분화구의 고요한 아름다움 — 금오름
처음 금오름 입구에 도착해서 산책로를 오를 때는 솔직히 살짝 실망했어요.
입부부터 콘크리트길이 이어졌거든요
저는 등산로의 자연의 결을 따라 걷는 걸 좋아하는데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런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분화구에 도착하는 순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분화구 안에 습지가 있는 오름은 많지 않은데
금오름은 그중에서도 그 풍경이 정말 특별했어요
게다가 분화구 안으로 직접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분화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은 정말 흔치 않거든요.
분화구 둘레길 산책 하시는것도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둘레를 따라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면 다양한 각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걷는 속도에 맞춰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정상에 서면 멀리 협재쪽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날씨가 맑은 날엔 비양도까지도 선명하게 보여요
어느 방향을 봐도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제주 바다의 확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금오름도 주말과 평일의 분위기가 정말 다른데
조용한 평일 찾은 금오름은 그야말로 ‘제주 속의 쉼표’ 같았어요.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던 오름에서 나중엔 깊은 위로를 받았던 곳이었네요.
금오름은 그렇게 조금 늦게 마음을 훔치는 오름이었어요.
오늘 소개해드린 오름들도 누군가에겐 그렇게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제주살이 동안 제가 사랑하게 된 오름은 아직 더 남아 있어요.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오름들을 더 소개해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정보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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